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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위치

by esra posted Aug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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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인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업체는 엘리베이터 내부 전체를 시커먼 보호 매트로 도배를 했다.

실수가 있었는지 매트는 층의 이동을 알려주는 패널을 가리고 있었다.

이웃을 만났다. 눈인사 정도는 나누는 이웃.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려진 층 표시기를 올려다본다.

 

법률이나 제도나 관습이나 규범이죠. 그런 것들이 우리를 외롭게 합니다.

월급을 받고 결혼을 하고 일요일이면 산책을 하고 매일 샤워를 하고 살면서.

이기적이고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세계를 원할 수는 없나.

붉은 손 클럽 | 배수아

 

과정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엘리베이터는 우리를 1층에 내려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 위치를 확인하려 한다.

얼마나 지났고 얼마나 남았는지.

 

우리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삶 역시 피할 수 없다.
어떤 죽음이 몰아치더라도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7번 국도 REVISITED | 김연수

 

이웃은 “몇 층인지 안 보이네.”, 한마디 한다.

나도 “그렇네요.” 한마디 답한다.

드디어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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