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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by esra posted Mar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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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마려워요, 소년이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 갑자기 요의를 느꼈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혹시 소변기가 있나 보려고 침대 밑을 뒤졌다. 그러나 동시에 그곳에 소변기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남들 앞에서 오줌을 눈다는 것이 창피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 있는 사람들이 그가 오줌 누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줌 누는 소리는 경망스럽게 들리며, 다른 소리와 혼동되지 않는 독특한 소리를 낸다.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끔찍한 건 고통이나 상처가 아니오.”

“가장 끔찍한 건 굴욕이지. 바지에 오줌을 쌌다는 걸 알았을 때의 굴욕감......”

리스본 행 야간열차 | 파스칼 메르시어

 

인간은 수치를 안다.

수치 - 자신의 약점이나 잘못 또는 무가치함이 남들 앞에 탄로났을 때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감정.

수치심은 타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인간은 화장실이란 문명을 건설했다.

어떤 동물도 공개된 장소에서 오줌을 해결한다고 수치심을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눈먼” 자들 앞에서도 오줌을 눈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끔찍한 고문에 의한 육체적 고통과 상처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바지에 오줌을 쌌다는 굴욕감이다. <리스본 행 야간열차>

 

체통!

우스운 것은 중국인이 ‘체통을 중시하는 것’이 ‘수치를 모르는 것’과 함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에 있을 때였다. 마쩌런은 체통 없이 1위안을 빌려 친척집에 가 잔칫술을 마셨다. 체통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마씨 부자 | 라오서

 

수용소는 실용적인 세계다. 수치심과 두려움은 사치다.

숨그네 | 헤르타 뮐러

 

인간이 만든 관념은 상황에 따라 대체되고 또는 관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로 회귀한다.

수치심보다 우위에 있는 체통, 마쩌런은 1위안을 빌리는 것을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씨 부자>

오직 살아남는 것이 목적인 수용소에서는 생존에 불필요한 감정은 버려야 한다. <숨그네>

 

수치심!

부끄러움을 모르면 짐승과 뭐가 다른가, 라고 말한다.

부끄러움을 안다고 짐승과 많이 다를까? 잠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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