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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열정

by esra posted Mar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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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도착하기 직전에 시계를 풀어놓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차지 않았다. 반면에 그는 언제나 시계를 차고 있었다.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그는 여자에게 와서 몸을 굽혀 빰을 그녀의 빰에 대고 부드럽게 비볐다. 그것은 애인이 아닌 남편의 권리 주장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떠났다. 여자는 그가 층계를 뛰어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다.

런던 스케치 <흙구덩이> | 도리스 레싱

 

사랑은 균형을 유지하지 않는다.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여자,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남자. <단순한 열정>

애인이지만 남편의 권리를 내주었던 여자, 아내의 남편 자리로 뛰어가는 남자. <흙구덩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관계지만, 그래도 지속을 원하는 마음.  

불균형이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고!’ 앤은 지그시 굴욕감을 삭였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리라. 그녀로서는 복수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는 변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적어도 모습이 나빠지진 않았으니까. 그게 그녀가 그를 보자마자 한 생각이었다.

설득 | 제인 오스틴

 

그녀는 굳이 거울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를 만나면 메마르고 늙어버린 그의 얼굴에서 그녀가 이십오 년 전에 알고 있던 모습을 찾을 것임을, 그 또한 그녀에게서 과거의 그녀 모습을 찾을 것임을, 걱정스럽기는 해도 확실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비밀스럽고도 억누를 수 없는 미소를 띤 채 옛 연인들이 늙어가며 만나는 방식이다.

 

연약함으로부터 해방되기란 쉽지 않았다. 이혼한 후 오년, 어느 파티에서 그가 그녀를 응시했다. […] “사라, 어찌 된 거요?” 여자는 그 말에 너무도 격분한 나머지 그에게 침을 뱉었다. […]

한동안 여자는 자신이 목격한대체 어찌 된 거요?”가 뜻하는 거짓된 감상에 격분했다.

런던 스케치 <흙구덩이> | 도리스 레싱

 

이별 이후에도 상처를 받는다.

거짓말보다 진실에 더 상처받는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는 말, 대체 어찌 된 거냐고 묻는 말.

이별 이후 만남에서의 반응. 각오하지만 그래도 상처가 되는 말. 진실이기에 더 상처가 되는 말.

아마, 사랑의 균형은 상처받은 이의 추가 더 무거운지도 모른다.

, 인간의 연약함이여!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중언부언!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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