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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by esra posted Apr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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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공감을 얻고 싶고, 위로를 받고 싶다.

우리는 공감을 얻을 수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녀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더 많은 고백을 듣기 전에 이 상황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하우 교장이 자제력을 잃은 것에 대해 자기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카멀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겨울의 일주일 | 메이브 빈치

 

넬 하우는 퇴직한 교장이다. 고지식하며 비사교적인 사람이다. 개인사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카멀에게 의도하지 않은 격발에 의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개인사를 격정적으로 토로한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카멀이 그럴 듯한 위로를 한다든지, 그를 통해 하우 교장이 인간적인 소통을 조금이나마 배운다든지 하지 않는다. 카멀은 하우 교장을 만류한다. 자존심 강한 하우 교장이 의도치 않게 자신의 치부를 알게 된 카멀뿐 아니라 자제력을 잃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가까운 친구들과 실컷 즐겁게 수다를 떨고 집에 돌아와 공허함을 느낀 적이 있다.

물론 대부분은 즐겁다. 가끔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찾아가 생각한다. “이걸 이 사람한테 이야기해야지.” 하지만 왜? 말을 하면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아서 생기는 충동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나중에 기분이 더러워지는 이유다. 그렇게 마음의 부담을 덜어냈을 경우, 그 이야기가 진짜 비극적이고 끔찍하다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빠진다. 고백에 내재한 자기 현시가 비참한 상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목가 | 필립 로스

 

하나의 이유는,

고백에 내재한 자기 현시가 비참한 상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 아마 전 삶이 두려운 것 같습니다."

다시는 찾지 않았던 이 정신과 전문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며 나를 배웅했다.

"삶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케말 씨."

순수 박물관 | 오르한 파묵

 

또하나의 이유는,

질문에 해답이 있는 뻔한 결론이 허무하기 때문이거나, 그 허무한 결론이 결국 내탓이라는 가장 대면하기 싫은 귀결에 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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