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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

by esra posted May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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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소설로 쓰면 대하소설 몇 권은 나올 거다.”

종종 듣는 말이다.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사. 개인에게는 다시 없는 인생이다.

 

“저 같은 사람은 없어요. 저처럼 유별나고 사연 많은 사람은요.”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걸, 치키.”

그 겨울의 일주일 | 메이브 빈치

 

유별나고 사연 많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그 유별난 사연이 또 유별나지 않음을 경험한 적 또한 얼마나 많은가?

다른 이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은 내 경험의 재연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인생의 어두운 문을 열고 그 안을 보여 준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그가 아는 인생은 공평하고 정연하고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그런 것이었다그런데 철제 빔의 추락이 인생은 본래 그런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를 괴롭힌 것은 그가 영위해 온 정연한 일상이라는 게 인생 본래의 길이 아니라 인생을 벗어난 길이라는 깨달음이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그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일이었거든요그래서 자신이 결국 타코마에 두고 떠난 것과 똑 같은 생활로 빠져 들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몰타의 매 | 대실 해밋

 

<몰타의 매>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성공한 사업가가 길을 가다가 철제 빔의 추락으로 죽을 뻔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실종된다. 아내는 남편을 찾아줄 것을 탐정에게 의뢰한다.

탐정은 다른 도시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해 살고 있는 사업가를 찾아낸다.

사업가는 죽음에 직면하고 나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가 영위해 온 정연한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결심하고 다른 도시에서 다른 삶을 산다.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

그가 추구한 정연한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이라는 것이

그가 두고 떠나온 타코마에서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 하나하나는 모두 닮아 있다.

유별나고 사연 많은 각각의 삶들도 모두 닮아 있고,
스스로 뒤집어엎은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조차도 닮아 있다.

하지만, 아주 미세한 차이점이 내 삶의 특별함을 만든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특별한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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