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중에 명료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짧은 글들을 만난다.

 

* 콜라주 - 근대 미술에서, 화면에 종이ㆍ인쇄물ㆍ사진 따위를 오려 붙이고, 일부에 가필하여 작품을 만드는 일

 

나무 같은 얼굴에 박힌 나무같이 창백한 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으로 삶을 마주하다 보면,  

미래의 지문인 얼굴 (미국의 목가 | 필립 로스)

에는

짓밟힌 자의 위대한 재산인 희망, 광적인 희망(드리나 강의 다리 | 이보 안드리치)

과

불만에 가득찬 게으름 (런던 스케치 중 ‘참새들’ | 도리스 레싱)

이 가득한

자기의 기성품 인생(미국의 목가 | 필립 로스)

이 새겨진다.

 

늑대들의 해님 - 달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 깃든

발이 붙은 감옥 같은 ‘無’ (헌등사 중 ‘끝도 없이 달리는’ | 다와다 요코)

에 갇혀

두부처럼 여린 영혼 (달에 울다 | 마루야마 겐지)

을 달래며

동반자인 듯한 그림자 (등대로 | 버지니아 울프)

삼아 함께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