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랜드 앤 프리덤”(캔 로치 감독)을 보았다.
국가 차원의 파병도 아니고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세계 각국 사회주의자들이 스페인내전에 자발적으로 참전한다.
그들은 왜? 무엇을 위하여?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본 책이 <스페인내전>이다.
오래 전 읽은 책이라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전쟁의 시작과 끝을 정의할 수 있는 서두의 사진 한 장과 마지막 문구는 기억이 난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젊은 국왕 알폰소 13세와 길 한복판에 멈춰버린 국왕의 차를 움직이려고 비지땀을 흘리는 백성들의 모습은 20세기 초 스페인의 극단적인 사회경제적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진에는 ‘왕의 가장 큰 바람은 백성들과 직접 만나는 것’이라는 설명이 쓰여 있다.
스페인 내전 | 앤터니 비버
이 한 장의 사진이 내전이 발발한 이유를 대변한다.
가난과 격차와 폭압.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개막.
모든 전쟁은 똑같다. 병사들은 전투를 하고, 기자들은 소리를 지르고,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람은 잠깐의 선전 여행을 제외하면 전선 참호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병사들은 의용병으로서 프랑코와 싸웠다. 그러나 병사들은 두 개의 정치적 이론을 놓고 벌어지는 거대한 투쟁의 볼모이기도 했다.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땔감, 식량, 담배, 초, 그리고 적이다.
겨울의 사라고사 전선에서는 이 다섯 가지가 이런 순서별로 중요했다.
적이 가장 나중이었다.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수많은 이상주의자들이 이상의 실현을 위해 전쟁터로 뛰어들었지만, 전쟁의 현실은 이성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았다.
그들은 혁명적 열정은 가득했지만 전쟁의 의미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했다. 줄을 제대로 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규율은 존재하지 않았다.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전투 중에 죽는 것 - 그래,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기대하는 바이다. 그러나 투옥이 되고, 그것도 날조된 범죄 혐의도 없이 그저 맹목적이고 어리석은 악의로 인해 투옥이 되고, 혼자 내팽겨진 채 죽어간다는 것 - 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이상주의자들은 내부의 적에게 배신당하고 외부의 적에게 패배한다.
“이것은 전쟁이 아니오.” 그는 말하곤 했다. “이따금씩 사람이 죽어나가는 희가극이오.”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스페인내전> 마지막 문장이다.
스페인 내전은 무엇보다 인간적 측면에서 가장 잘 기억될 것이다. 즉 신념의 충돌, 잔인성, 관용과 이기심, 외교관들과 장관들의 위선, 이상의 배신과 정치적 책략,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진영에서 싸운 사람들의 불굴의 용기와 자기희생 등으로 말이다. 그러나 역사(역사는 결코 깔끔하지 않다)는 항상 질문으로 끝나야 한다.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이다.
스페인 내전 | 앤터니 비버
‘역사는 깔끔하지 않다’는 말에 동의한다. 특히, 전쟁의 역사는.
역사는 질문으로 끝나야 한다.
결론을 내려 의미를 찾게 되면 다시 전쟁을 하는 이유가 된다.
의미 있는 전쟁이란 없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말할 때가 가장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