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랑과 이해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랑과 이해는 항상 그곳에 있지 않다.
그래서 가족은 행복의 원천인 동시에 불행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러지 마.
[…]
보살피고, 친절하게 굴려고 하고.
친절하면 안돼?
친절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
싫으면서 그렇게 챙겨주는 거, 징그럽고, 싫어.
계속해보겠습니다 | 황정은
소라와 나나는 자매이다.
엄마 애자는 남편을 잃고 정신을 놓는다.
소라와 나나에게 애자는 엄마가 아니라 애자이다.
나나는 임신을 한다.
소라는 엄마인 나나도 나나의 아기도 당혹스럽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나나를 보살피려고 한다.
싫으면서도 가족이기에 해야 할 행동을 하는 소라에게 나나는 징그럽고 싫다고 말한다.
남인데.
가족인데.
가족은 남이 아닌가요?
남이 아니죠.
어쨌든 남이 아닌 사람들. 보통의 가족이란 그런 걸까. 나나와 소라는 경험하지 못했으므로 그런 걸 모르는 것뿐일까. 하지만……
하지만, 하고 생각합니다.
애자의 일은 비밀로 하자고 했으면서.
계속해보겠습니다 | 황정은
가족, 남이 아닌 사람들.
모세는 가족에게 애자의 일은 비밀로 하자고 한다.
모세는 가족의 울타리에 자신의 가족과 나나와 아기만을 포함시킨다.
모세에게 “가족”과 “남”이라는 개념에는 교집합이 없다.
나나는 모세와의 결혼을 포기한다.
우리는 “남보다 못하다”는 말을 가족에게 한다.
가족은 남이 아닐까?
가족에게도 “남”이라는 부분을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뭐, 쓸데없는 기대를 안 해야 말이지……”
피로 이어져 있으면 오히려 그렇게 되는 법.
- 중략 -
피는 성가실 뿐이다.
좀도둑 가족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에게 기대하는 무엇.
남이 아니기에 쓸데없지 않으리라는 기대.
그리고 쓸데없다는 깨달음 이후에 오는 배신감.
“선택받은 건가…… 우리가.”
두 사람은 가볍게 웃었다.
“보통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법인데.”
“근데…… 자기가 고르는 편이 강력하지 않겠어?”
“뭐가?”
하쓰에가 질문을 돌려주었다.
“뭐랄까…… 유대 말이야. 정 같은 거.”
좀도둑 가족 | 고레에다 히로카즈
<좀도둑 가족>의 구성원들은 남이다. 사회가 말하는 진짜 가족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으므로 유대나 정은 진짜 가족보다 더 강력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렇게 “가족”이라는 집단을 이룬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가족”이 필요했던 거다.
진짜 가족이.
가족은 울타리이면서 동시에 벽이다.